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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발적 과정 모델 이해를 위한 통계역학 기반 수업 사례: 설명 구조 전환의 효과 분석


Abstract

본 연구의 목적은 학생들이 자연 현상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일 변수 중심으로 현상을 다루는 SPM(Sequential Process Model)에서 벗어나, 입자 간의 무작위 운동과 상호작용의 누적 결과로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이해하는 EPM(Emergent Process Model)을 이해하고, 이를 통해 시스템 사고를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수업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분석하는 데 있다. EPM의 설명 구조를 보다 정합성 있게 구현하고자, 다수 입자의 확률적 운동과 상호작용을 해석하는 데 필요한 통계역학 개념인 엔트로피와 볼츠만 분포를 수업 사례에 함께 활용하였다. 연구는 충청북도 소재 사범대학의 화학교육과 및 복수전공생 17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사전·사후 논술, 소그룹 토의, 격자 기반 입자 배열 모델의 소개, 인터뷰 실시 등의 활동을 진행하였다. 수집된 논술 자료는 글에서 드러나는 사고 구조를 SPM과 EPM으로 나누어 사전과 사후의 빈도를 조사하고, 각 빈도의 비율 차이를 McNemar 검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추가적으로 인터뷰 자료를 분석하여 학생들의 사고 구조 변화를 확인하였다. 연구 결과, 대부분의 연구 대상자들이 사전에는 현상을 단일 요인을 사용해 선형적으로 설명하였으나, 수업 적용 후에는 입자들의 에너지 분포와 배열 가능한 미시 상태의 수, 상호작용의 반복적 누적 결과를 포함하는 EPM 기반의 설명으로 전환되었다. 본 연구의 의의는 EPM의 설명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통계역학 개념을 활용하여 과학 현상을 보다 정합성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수업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로 적용하여 학생들의 설명 구조와 사고 전환을 촉진하는 데 효과 있음을 검증한 데 있다. 이러한 변화는 연구 대상자들이 다양한 입자의 상호작용과 반복적 누적 과정을 통해 거시적 현상을 해석하게 되었음을 의미하며, 이는 시스템 사고의 핵심 구성 요소인 상호작용, 창발성, 비선형성 등의 관점이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Translated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develop and analyze the effectiveness of that supports students in moving beyond the Sequential Process Model (SPM)—which explains natural phenomena based on single-variable, linear causality—toward understanding the Emergent Process Model (EPM), which interprets phenomena as outcomes of cumulative random motion and interactions among particles. To implement the explanatory structure of EPM with greater coherence, this study incorporated statistical mechanics concepts—entropy and the Boltzmann distribution—into the lesson design to help students interpret the probabilistic motion and interactions of many particles. The study was conducted with 17 students majoring in or double-majoring in chemistry education at a university of education located in Chungcheongbuk-do Province. Activities included pre- and post-instructional writing tasks, small-group discussions, the introduction of a lattice-based particle arrangement model, and interviews. Written responses were analyzed by categorizing students’ explanatory frameworks as either SPM- or EPM-based, and pre- and post-instruction frequencies were compared using McNemar’s test. In addition, interview data were analyzed to examine changes in students’ conceptual structures. The results showed that while most participants initially explained phenomena using single-variable, linear reasoning, they shifted after instruction to EPM-based explanations incorporating energy distributions, the number of possible microstates, and cumulative interactions among particles. The significance of this study lies in demonstrating the effectiveness of a lesson that uses statistical mechanics concepts to enhance the coherence of the EPM explanatory structure and support students’ transitions in explanatory reasoning. These conceptual shifts suggest that participants began to interpret macroscopic phenomena based on particle-level interactions and cumulative processes—reflecting the development of core components of systems thinking, such as interaction, emergence, and nonlinear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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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론

모델은 자연 세계에 대한 관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구성되며, 실제 자연 현상과 이론적 수준의 과학 개념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기능한다.1-3 이러한 모델은 과학자들이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의 틀을 제공하며, 자연 현상에 대한 과학적 아이디어를 생성하고 이를 검증하는 구조적 장치로 작용한다.2-4 그러나 모델은 현실을 추상화한 구조로서 본질적으로 현실과는 다르며, 모델을 만든 과학자의 철학과 관점을 반영하게 된다.5,6 따라서 동일한 자연현상이라도 어떤 모델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과학교육에서 모델의 특성과 성질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7-9

NGSS(2013)9의 ‘Practice’에서도 이론이나 모델을 자연현상과 연관지어 분석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평가 활동을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hittleborough & Treagust(2007)10에 따르면,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조차도 모델을 과학자의 설명 틀로 이해하기보다는 현실의 직접적 복제물로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오해는 학생들이 자연 현상을 표면적으로 수용하거나 비과학적인 개념 구조에 기반한 설명을 고착시키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모델에 대한 인식 전환은 단순한 설명의 정확성 차원을 넘어, 과학적 사고의 구조자체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모델에 대한 인식 전환의 일환으로 하나의 자연 현상을 다양한 모델을 통해 조망하는 접근은 전략적 방법이 될 수 있다. 특히 Chi et al.(1994, 2005, 2012)11-13은 과학적 모델의 개념 구조를 기반으로 원인-결과를 선형적으로 연결하는 순차적 과정 모델(Sequential Process Model, SPM)과 다수 요소의 상호작용을 통해 비의도적이고 집합적인 결과가 창발하는 창발적 과정 모델(Emergent Process Model, EPM)을 제안하였다. 이 두 모델은 동일한 물리·화학적 현상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며, 학생들이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친다.

SPM은 변수들 간의 일방향적(unidirectional) 관계를 통해 현상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일상적 직관과 잘 부합하여 학습자들에게 친숙하게 받아들여진다.12 예를 들어, 잉크가 물에 퍼지는 확산 현상을 ‘고농도에서 저농도로의 이동’이라는 농도 차 중심 설명으로 해석하거나, 물이 끓는 현상을 ‘끓는점에 도달했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설명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설명은 거시적 조건에 의존해 현상을 간단히 기술할 수 있으나, 실제 현상을 구성하는 입자 수준의 무작위 운동과 국소적 충돌, 입자들 간의 상호작용과 같은 요소들은 간과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14,15

반면, EPM은 다수 입자 간의 전방향적(omnidirectional) 상호작용이 시간에 따라 누적되어 나타나는 집합적 결과로 현상을 설명한다.12 확산은 개별 분자들이 무작위로 움직이며 충돌하는 과정에서 전체적으로 잉크 분자와 물 분자가 서로 자리를 교환하면서 잉크가 점차 퍼지는 것이지, 농도차이에 의한 특정 방향의 이동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는 것이 EPM 관점의 설명이다. 또한, EPM 관점에서는 물질의 상태를 입자들 간의 평균 거리나 평균 인력의 크기 차이로 설명하지 않고, 아주 짧은 순간에 반복되는 입자들의 운동과 상호작용이 모여 나타나는 집합적인 결과로 설명한다. 이처럼 EPM은 무작위한 입자 간 상호작용의 관계로부터 현상이 창발한다고 설명하며, 단순한 인과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비선형적 현상을 정합성 있게 설명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한다.

그러나 현실의 과학교육에서는 여전히 SPM에 기반한 설명 방식이 우세하다. 선행연구16-18에 따르면 학생들은 확산 현상에서 용질이 농도 차이에 따라 이동한다고 생각하거나, 끓는점에 도달하면 모든 입자가 동시에 증발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설명은 자연 현상을 농도·온도·압력 등의 외적 조건에 의해 통제되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인 것으로, 많은 학생들이 SPM 기반의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SPM 기반의 설명은 단순하고 직관적이라는 점에서 자연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설명은 자연 현상을 변수에 의해 통제되는 인과론적인 결과로만 인식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요소 간의 상호작용이나 집단적 행동의 결과로 나타나는 비선형적 특성을 간과하게 만들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무수히 많은 입자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EPM을 이용하여 해석했을 때 보다 나은 설명이 가능할 수 있다.

EPM을 이용하여 현상을 해석하려는 시도는 요소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와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시스템 사고는 ‘시스템을 인식하고, 행동을 예측하며, 원하는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수정 전략을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분석적 사고 체계’로 정의되며,19 구성 요소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스템의 동적 행동을 이해하는 사고 능력을 의미한다. 시스템 사고의 하위 요소로는 상호작용·피드백·비선형성·동적 변화 및 다양한 척도에서의 시스템 구조를 이해하는 통합적 사고 역량 등이 있다.

Ackoff(1994)20는 시스템 사고를 설명하면서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합이 아니며, 시스템의 성능은 개별 구성 요소의 동작이 아니라 이들 간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효과적인 문제 해결은 문제를 해체해서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결된 문제들의 집합인 ‘혼란(mess)’을 통합적으로 해석하고 설계적으로 해소하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이는 EPM이 지향하는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현상이 나타난다는 창발성의 본질과 일치하며, 단순한 원인-결과의 선형적 설명과는 다른 방식의 사고 구조를 요구한다.

Richmond(1987)21는 시스템 사고(systems thinking)의 핵심 특징으로, 개별 요소가 아닌 전체 시스템을 바라보는 능력을 강조하였으며, 시스템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부 요소만이 아닌 시스템 전체를 고려해야 한다고 하였다.21-24 또한, 우리가 관찰하고자 하는 시스템은 역동적이고 복잡하며 상호 의존적인 특성을 지니므로 시스템의 모든 측면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21-28

National Research Council(2012)29도 ‘시스템과 시스템 모델’을 과학교육의 핵심 교차 개념으로 제시하며, 전체 시스템은 단순한 부분의 총합이 아니며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따라서 EPM에 기반한 수업은 NRC에서 제시하고 있는 복잡한 현상을 구성하는 요소 간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조망하게 하는 실체적 방법론이 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학습자가 시스템 사고의 관점에서 자연 현상을 설명할 수 있도록 인지 구조를 확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EPM에 기반한 수업을 개발하고 연구 대상자들에게 투입하여, 이러한 수업이 학생들이 자연 현상을 해석할 때 요소 간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인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수업을 통해 연구 대상자들의 인지 구조 전환이 유의미하게 나타난다면, 이는 시스템 사고 역량을 함양하였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수업을 개발하는 데 있어 EPM에 엔트로피와 볼츠만 분포 개념을 함께 활용하였다. EPM 자체에는 엔트로피나 볼츠만 분포 개념이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시스템 사고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현상의 창발’은 본질적으로 다수 입자의 확률적 행위와 상호작용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화학 반응은 수많은 입자를 전제로 하며, 입자들 사이의 충돌을 고려할 때도 ‘유효 충돌(effective collision)’과 같은 확률적 사고를 필요로 한다.

본 연구는 시스템 사고라는 철학적 배경 위에 EPM의 설명 구조 및 볼츠만 분포와 엔트로피 개념을 도입했을 때 현상의 창발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이는 Chi et al.(1994, 2005, 2012)11-13의 원래 제안을 확장하는 시도이자, 복잡한 과학 현상을 시스템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구 방법

SPM과 EPM, 격자 기반 입자 배열 모델의 이론적 배경

본 연구에서 개발한 수업의 이론적 배경은 다음과 같다. 수업 설계를 위해 기반으로 삼은 개념들은 EPM과 엔트로피, 볼츠만 분포이며 학생들이 자연 현상을 시스템적으로 이해하도록 돕기 위한 목적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우선, Table 1은 Chi et al.(1994, 2005, 2012)11-13이 제시한 SPM과 EPM의 핵심 특성을 비교한 것이다.

Table1.

Comparison of the Characteristics of SPM and EPM

Sequential Processes Model Emergent Process Model
The interaction(s) of a single agent or a subgroup of agents can (in)directly cause the observable pattern. The interactions of the entire collection of agents together cause the observable pattern.
Agents can interact with pre-determined or restricted others. All agents can interact with any other random agents.
The pattern is caused by the additive summing or chaining of a sequence of subevents. The pattern is caused by the collective summing or net effect of all interactions at each point in time.

SPM은 단일 요소(agent) 간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로 관찰 가능한 패턴(pattern)이 발생한다고 본다. 여기에서 요소는 시스템을 이루는 기본 단위이다. SPM에서 요소는 사전에 정해진, 혹은 제한된 대상과만 상호작용할 수 있으며, 발생하는 패턴은 각 상호작용의 순차적 합(additive summing) 또는 연결(chaining)을 통해 구성된다.

반면, EPM은 전체 요소들이 무작위(random)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패턴이 자발적으로 창발(emerge)된다고 설명한다. 이때 패턴은 특정할 수 있는 원인의 직접적인 결과가 아니라, 모든 상호작용이 누적되어 전체적으로 나타나는 알짜 효과(net effect)의 결과로 간주된다. EPM은 개별 상호작용의 단순한 총합이 아닌, 집단적 상호작용 속에서 패턴이 창발한다고 여긴다.

EPM은 구성 요소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거시적 패턴이 창발한다는 틀을 제공하지만, 패턴이 어떻게 시간에 따라 누적되고, 왜 특정한 방향으로 귀결되는지에 대한 정량적 근거나 확률적 메커니즘은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특히 학생들은 무작위 상호작용을 통한 창발이라는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작위 상호작용의 결과를 단지 참여 입자의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일어나는 단순한 현상으로 오해할 위험이 있다. 이는 복잡한 시스템의 거동을 단순화하여 잘못 이해하게 만들 수 있으며, 상호작용의 결과로 나타나는 패턴이 단지 우연의 결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EPM의 구조적 틀 위에 볼츠만 분포(Boltzmann distribution)와 엔트로피(entropy) 개념을 함께 활용하여, 무수히 많은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을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사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 선행연구30,31에서는 교과서나 수업에서 엔트로피를 ‘무질서의 정도’로 단순화하여 제시하는 방식이 학생들에게 개념적 오해를 유발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서영진과 채희권(2009)30은 엔트로피를 미시 상태의 수(W)에 기반한 통계역학적 접근으로 재구성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본 연구의 사전 검사에서도 대부분의 연구 대상자가 엔트로피를 무질서도로 설명하는 경향이 확인되었으며, 이에 따라 엔트로피를 무질서도라는 추상적 개념이 아닌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전략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기존의 시각화 방식을 바탕으로, 엔트로피를 보다 정량적이고 구조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격자 기반 입자 배열 모델을 교육적으로 재구성하여 적용하였다. 격자 기반 입자 배열 모델은 공간을 격자로 나누고, 그 안에 가능한 경우의 수를 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Fig. 1은 순수한 용매가 용액이 되었을 때 입자들의 배열 가능한 경우의 수, 즉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Figure1.

Entropy represented by a lattice-based particle arrangement model.

jkcs-69-241-f001.tif

이 모델은 복잡한 입자 배열의 다양한 가능성을 정량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엔트로피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며, 학생들이 엔트로피를 무질서라는 모호한 인상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이해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연구 대상

본 연구는 충청북도에 위치한 한 사범대학에서 2025학년도 1학기에 개설된 화학논술 교과목에 참여한 4학년 학부생 17명을 대상으로 수행되었다. 이 중 15명은 화학교육을 전공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2명은 화학교육을 복수전공하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모두 물질의 확산·물질의 상태·엔트로피·볼츠만 분포 등을 포함하는 일반화학 및 전공화학 내용을 이수하였으며, 연구의 목적과 절차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들은 후 자발적으로 연구 참여에 동의하였다.

연구 절차

본 연구는 연구 대상자들이 자연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사고 구조를 진단하고, 개발한 수업에 참여한 후, 수업의 효과를 분석하는 절차로 진행되었다. 절차는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되었다: (1) 확산과 물질의 상태에 대한 사전 개념 진단, (2) 엔트로피와 볼츠만 분포에 대한 사전 개념 진단, (3) EPM 관점으로의 확장을 위한 수업 실시, (4) 사후 응답 분석 및 인터뷰 실시.

(1) 확산과 상태 변화에 대한 사전 개념 진단 단계에서는 확산과 상태 변화를 해석하는 사고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사전 진단이 이루어졌으며, (2) 엔트로피와 볼츠만 분포에 대한 사전 개념 진단 단계에서는 엔트로피와 볼츠만 분포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사전 진단이 이루어졌다. 이를 위해 Table 2에 나타낸 것처럼 논술 주제를 제시하고, 제시된 주제에 대해 논술문을 작성하도록 안내하였다.

질문들은 화학교육 전공 박사과정 현직 교사 1인과 화학교육 전공 교수 1인이 개발하였으며, EPM의 핵심 구성요소인 무작위 운동·상호작용의 누적성·미시적 상태의 다양성·거시적 패턴의 창발성을 진단하고자 의도적으로 설계되었다. 예를 들어, ‘확산의 방향’이나 ‘물의 상태’에 대한 질문은 학생들이 입자의 무작위 운동과 그 집합적 결과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며, ‘엔트로피 증가의 이유’와 ‘단일 입자에서의 상태 구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은 각각 미시 상태의 수 변화와 확률 분포개념을 통해 창발적 현상을 이해하는 사고 구조의 유무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각 질문은 단순한 개념 확인을 넘어서, 연구 대상자들이 현상을 해석하는 방식이 선형적(SPM)인지, 혹은 비선형적이고 시스템적인 구조(EPM)를 따르는지를 진단하는 도구로 기능하도록 고안되었다. 사전 개념 진단에 사용한 질문들을 Table 2에 요약하였다.

Table2.

Themes of Pre-Instructional Writing Tasks

Theme Questions
Diffusion What is the definition of diffusion?
In which direction does diffusion occur?
State of matter In what state does water exist below its boiling point?
Entropy What is the reason for the increase in entropy when a liquid changes to a gas?
Boltzmann Distribution Is it possible to distinguish between the solid, liquid, and gaseous states when there is only a single particle present?

(3) EPM 관점으로의 확장을 위한 수업 실시 단계에서는, 연구 대상자들이 기존 사고 구조를 점검하고 EPM 관점에서 현상을 재해석할 수 있도록 발표와 토의를 중심으로 구성된 수업이 진행되었다. 수업은 사전 조사에서 드러난 연구 대상자들의 선개념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으며, 화학교육 전공 박사과정 현직 교사 1인과 화학교육 전공 교수 1인이 개발하였다.

수업 실시 첫 번째 단계에서는 격자 기반 입자 배열 모델을 활용하여 엔트로피와 볼츠만 분포 개념을 도입하였다. 이 과정에서 입자의 배열 가능한 경우의 수를 시각적으로 확인하고, 배열 가능한 경우의 수의 증가가 엔트로피 증가로 이어짐을 이해하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확산과 상태 변화와 같은 현상을 SPM과 EPM의 관점에서 비교하였다. 이 단계에서 연구 대상자들은 SPM의 설명 방식과, EPM의 설명 방식의 구조적 차이를 학습하였다. 세 번째 단계에서는 소그룹 토의 활동이 진행되었다. 사전 논술에서 작성한 자신의 설명을 되돌아보며, 두 모델의 관점에서 해당 현상을 어떻게 다르게 설명할 수 있는지를 토의하고, 각 모델의 장단점을 비판적으로 논의하였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각 조가 토의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를 진행하고, 다른 조와 의견을 공유하였다. 발표 이후 다시 논술문을 작성하며, 자신의 설명 구조를 재구성해보는 과정을 통해 사고의 전환을 경험하였다.

이러한 단계별 구성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모델의 구조를 비교·비판하고 자신의 설명 틀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통해 EPM 기반의 시스템적 사고를 형성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Fig. 2은 본 연구에서 진행된 수업의 전반적인 흐름을 단계별로 요약한 것이다.

Figure2.

Procedure of the Teaching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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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4) 사후 응답 분석 단계에서는 연구 대상자들이 최종적으로 작성한 논술문을 분석하였다. 또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여 학생들의 사고 변화 양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였으며, 사전·사후 논술문과 인터뷰 자료를 통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연구 대상자들이 현상을 EPM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보다 심층적으로 확인하고자 하였다.

자료 수집

본 연구에서는 사전·사후 논술 응답과 수업 실시 후 실시한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인식 변화 자료를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첫째, 사전 및 사후에 작성한 논술 응답은 본 연구의 핵심 자료로 사용되었다. 사전 논술은 사전 개념 구조와 설명 방식을 파악하는 데 활용되었으며, 사후 논술은 수업참여 이후 사고 구조가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확인하는데 사용되었다.

둘째, 수업 이후 실시한 인터뷰는 연구 대상자들의 전반적인 사고 구조와 인식 변화 과정을 심층적으로 탐색하기 위해 수집되었다. 이를 통해 수업에서 접한 EPM 관점과 관련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내면화하였는지, 그리고 사고의 전이가 실제로 이루어졌는지를 분석하였다. 인터뷰는 사전·사후 논술과 함께 인식 변화에 대한 정성적 근거를 제공하는 주요 자료로 활용되었다.

자료 분석

수집된 논술 자료는 EPM의 개념 요소를 기준으로 귀납적으로 분석되었다. 우선 응답을 반복적으로 읽으며 공통적으로 작성된 설명 방식의 특성과 표현 유형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1차 범주 체계를 구성하였다. 이후 이 범주가 입자의 무작위 운동·개별 입자의 상호작용과 집합적 결과와의 연결·엔트로피 또는 볼츠만 분포 개념 활용과 어떻게 대응되는지를 분석하여 최종 분류 체계를 정립하였다. 이 과정에서 화학교육 전공 박사과정 현직 교사 1인과 화학교육 전공 교수 1인이 독립적으로 초기 코딩을 수행한 후, 분류 기준에 대해 협의하고 불일치 사례에 대해 합의함으로써 해석의 타당도와 분류의 신뢰도를 확보하였다.

이후 각 응답을 SPM과 EPM으로 분류한 뒤, 각 범주에 해당하는 빈도를 산출하고 사전·사후 응답 간 비율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맥네마 검정(McNemar’s test)을 실시하였다. 이 검정은 대응표본 이항 자료의 분포 차이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본 연구에서는 학생들의 사고 구조 변화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지를 확인하는 데 활용되었다.

또한, 수업 이후 실시한 인터뷰는 연구 대상자들이 엔트로피를 포함한 여러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격자 기반 엔트로피 변화 이해 모델을 통해 사고 구조가 어떻게 전환되었는지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활용되었다. 인터뷰 자료는 전사한 후 내용 분석(content analysis) 기법을 적용하여, 학생들의 발화에서 개념 이해의 변화양상과 사고 구조 전환의 단서를 파악하였다. ‘무질서도’ 개념을 사용하는 방식, 격자 모델 해석의 논리, 에너지 분포와 확률 개념을 연결하는 설명 등 의미 단위를 중심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범주화하였다. 자료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논술문·인터뷰·수업 발표 내용 간의 일관성을 교차 검토하였으며, 화학교육 전공 박사과정 현직 교사 1인과 화학교육 전공 교수 1인이 독립적으로 코딩한 후 합의 과정을 통해 해석의 타당도를 확보하였다. 이를 통해, 본 수업에서 적용한 격자 기반 입자 배열 모델이 학생들의 개념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하였다.

연구 결과 및 논의

확산 현상에 대한 응답 변화

확산 현상에 대한 학생들의 사전-사후 응답 변화는 다음과 같다. ‘확산의 정의는 무엇인가요?’에 대한 응답을 Table 3에, ‘확산은 어떤 방향으로 일어나나요?’에 대한 응답을 Table 4에 제시하였다.

Table3.

Pre- and post-responses regarding the definition of diffusion

Responses Classification Frequency
Pre Post
The phenomenon in which particles move from a region of high concentration to a region of low concentration SPM 12 2
The phenomenon in which particles disperse as they move freely EPM 5 15
Table4.

Pre- and post-responses regarding the direction in which diffusion occurs

Responses Classification Frequency
Pre Post
From high concentration to low concentration SPM 15 1
In all directions EPM 2 16

분석 결과, 확산의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12명의 학생이 사전 논술에서 고농도에서 저농도라고 응답하였다. 이는 확산을 농도라는 단일 요소(single agent)에 의해 지배받는 현상으로 여기는 것으로 SPM 관점의 설명이다. 사후 논술에서는 2명만이 SPM 관점의 설명을 유지하고, 15명이 입자가 자유롭게 운동하기 때문에 퍼져 나간다는 EPM 관점의 설명으로 전환하였다.

확산의 방향을 묻는 질문에서는 사전에 15명이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이동한다고 설명하는 SPM 관점의 설명을 선택했으나, 사후에는 1명만이 SPM 관점의 설명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전부 EPM 기반의 설명을 하였다.

특이한 점은, 확산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 대해 입자가 자유롭게 운동하며 퍼져 나가는 현상이라고 답한 학생들 중 3명은 확산이 일어나는 방향을 ‘고농도에서 저농도’라고 응답했다는 것이다. 이는 연구 대상자들이 확산을 입자들의 무작위한 운동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나, 이를 구체적인 현상(pattern)과 연결하여 ‘모든 방향으로 일어난다.’는 개념으로 통합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들은 확산이 일어나는 원인과 결과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고농도에서 저농도’라는 결과만을 따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확산 현상의 정의에 대한 응답 변화는 맥네마 검정 결과 X2 = 8.10, p = 0.004로 나타났으며, 확산 방향에 대한 응답 변화는 맥네마 검정 결과 X2 = 12.07, p = 0.001로 나타났다. 이는 수업 이후 학생들의 설명 구조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변화하였음을 보여준다. 이는 본 연구에서 개발한 수업을 통해 연구 대상자들이 개별 입자의 무작위 운동을 인식하고, 그것이 전체 확산이라는 거시적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구조적 설명을 시도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이는 인터뷰에서도 구체적으로 드러났으며, 사전-사후 개념 변화가 명확히 드러나는 사례는 다음과 같다.

전에는 그냥‘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간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입자들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 생각해보니까, 다 제멋대로 움직인다고 해야할 것 같아요.”(연구 대상자 C의 인터뷰)

확산은 방향이 정해진 게 아니라, 입자들이 다르게 움직이고 부딪히면서 전체적으로 골고루 퍼지는 거예요. 꼭 농도 차이 때문은 아니예요.”(연구 대상자 F의 인터뷰)

이처럼 연구 대상자들은 수업 이후에 입자 수준의 동적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하였다. 이는 수업 활동을 통해 확산 현상을 단일 원인-결과가 아닌 창발적 결과로 재구성한 경험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질의 상태에 대한 응답 변화

‘끓는점 이하에서 물은 무슨 상태로 존재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을 Table 5에 제시하였다.

Table5.

Pre- and post-responses regarding the state in which water exists below its boiling point

Responses Classification Frequency
Pre Post
It exists in the liquid state. SPM 10 0
Liquid and gas coexist because particles can break intermolecular forces and evaporate. SPM 5 1
Particles can exhibit a wide range of energy distributions, and those with energies higher than the average can vaporize, leading to the coexistence of liquid and gas phases. EPM 2 16

사전 응답에서 가장 많이 나온 응답은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는 것으로, 이는 물질의 상태를 끓는점과 같은 온도에 따라 구분되는 현상으로 이해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끓는점이라는 단일 요소(single agent)가 물질이 액체인지 기체인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응답은 SPM 관점의 설명으로 분류하였다.

그 다음으로 많이 나온 응답은 ‘액체가 인력을 끊고 증발할 수 있으므로 액체와 기체가 공존한다’는 것으로, 이 역시 액체와 기체 상태를 구분하는 단일 요소로 인력을 제시한 설명이다. 따라서 SPM 기반의 설명으로 분류하였다.

반면, 사전 응답에서 2명의 학생들은 ‘액체는 다양한 에너지 분포를 가질 수 있으며, 평균 에너지보다 큰 입자는 기화할 수 있으므로 액체와 기체가 공존한다.’는 설명을 제시하였다. 이는 물질의 상태를 온도나 인력과 같은 단일 변수로 단순화하여 설명하지 않고, 각 입자의 다양한 에너지를 반영한 전체 집합(entire collection)의 분포를 바탕으로 기화 현상을 해석한 것으로 EPM 관점에 해당한다.

수업 이후 연구 대상자들의 응답은 맥네마 검정 결과 X2 = 12.07, p = 0.001로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으며, 이는 수업 참여 이후 연구 대상자들의 설명 구조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음을 시사하며, 사후 인터뷰에서도 명확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연구 대상자 A의 응답은 다음과 같다.

증발이라는 현상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00℃ 이하에서 물은 끓는점에 도달하지 못하므로 액체 상태로 존재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것 같아요. 이제는 끓는점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평균 에너지보다 높은 에너지를 가지는 입자들이 기체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 수업을 통해 ‘같은 온도 = 같은 에너지의 입자’ 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던 것이 많이 고쳐진 것 같아요.” (연구 대상자 A의 인터뷰)

또 다른 연구 대상자는 증발 과정을 입자 간 상호작용과 에너지 교환이라는 동역학적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

입자들이 서로 부딪치는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교환하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많이 받은 입자는 밖으로 나갈 수 있어요. 그래서 액체랑 기체가 같이 있을 수 있는 거죠. 끓는점은 입자들의 평균 에너지가 기체가 될 수 있는 기준인 것이지, 액체와 기체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조건이 아니예요.”(연구 대상자 D의 인터뷰)

이러한 응답은 연구 대상자들이 단순한 상태 구분 개념을 넘어서 동일한 외적 조건(온도)에서도 다양한 에너지 분포가 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입자 수준에서 액체와 기체의 공존 현상을 이해하고 설명하려 했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이 수업에서 의도한 입자의 무작위 운동과 상호작용, 에너지 분포 구조를 기반으로 한 정량적 사고 전환이 연구 대상자들에게 반영되었음을 의미한다.

엔트로피와 볼츠만 분포에 대한 응답 변화

‘액체가 기체가 될 때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사전 사후 응답을 Table 6에 제시하였다.

Table6.

Pre- and post-responses regarding the reason why entropy increases when a liquid changes to a gas

Responses Frequency
Pre Post
Because the degree of disorder increases 13 0
Because thermal energy is absorbed 2 2
Because the number of possible arrangements increases 2 15

사전 응답에서는 13명의 연구 대상자가 액체가 기체가 될 때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이유를 ‘무질서도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하였고, 수업이 종료된 이후에 이러한 응답 유형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무질서도라는 용어는 무엇이 무질서한 것인가요?’라고 질문했을 때, 연구 대상자들이 무질서하다고 인식하는 대상은 척도·확률·이동·상호작용 경우의 수·움직임의 정도·배열·움직이는 입자의 개수·자유로워지는 정도·공간을 차지하는 정도·몰부피 등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응답을 통해, 학생들이 ‘무질서도’라는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그 의미를 일관되게 정의하거나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단일하고 명확한 개념으로 사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다른 응답 유형으로 2명의 학생은 열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Δ S = q r e v T 식을 해석하여 결론으로, 열이 공급되고 있을 때 일어나는 기화 현상만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 증발이나 기화는 단열 과정(q = 0)에서도 계 내부의 입자들이 충돌과 에너지 교환을 통해 일부가 높은 에너지를 얻어 증발할 수 있기 때문에 완전한 설명이 아니며, 계의 부피나 압력이 변했을 때 일어나는 기화에 대해서는 왜 엔트로피가 증가했는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하지만 수업을 진행한 후에도 이 2명의 학생들의 엔트로피 개념은 바뀌지 않았다.

배열 가능한 경우의 수가 증가하기 때문에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응답은 사전에는 2명에 불과했으나, 사후에는 15명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연구 대상자들은 액체가 기체로 변화할 때 존재할 수 있는 부피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격자의 개수가 많아지는 것과 연결하여 이해하였으며, 이로 인해 배열 가능한 경우의 수(W)가 증가하고, 따라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설명하였다. 본 연구에서 적용한 엔트로피 이해 모델에 대한 학생 인터뷰 내용의 일부는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엔트로피가 단순히 무질서라는 의미인 줄 알았는데, 격자 모델을 보고 나니까 입자가 배열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의미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액체가 기체가 될 때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명제는 무질서도로 설명했을 때 애매한 점이 있었는데, 격자 기반 모델을 기반으로 생각해보니까 명확해졌어요.”(연구 대상자 A의 인터뷰)

처음에는 입자 충돌이나 운동 방향이 왜 중요한지 몰랐는데, 격자 모델에서 각 입자가 자리를 바꾸는 걸 보니까 엔트로피랑 확률 개념이 확실히 연결된다는 걸 깨달았어요.”(연구 대상자 H의 인터뷰)

‘입자가 1개만 있는 상황에서 고체, 액체, 기체의 상태 구분이 가능한가요?’ 질문에 대한 사전 사후 응답은 Table 7에 제시하였다.

Table7.

Pre- and post-responses regarding whether the state of matter can be distinguished when only a single particle is present

Responses Frequency
Pre Post
It is in the gaseous state. 17 3
It cannot be defined. 0 14

사전 논술에서 모든 연구 대상자들은 ‘단일 물 분자는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고 응답하였다. 근거로는 ‘입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서’, ‘주변 입자와의 인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등 입자 간 거리나 인력과 같은 정적인 단일 요소를 중심으로 제시하였으며, 이는 물질의 상태를 단일 입자의 물리적 속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보는 SPM관점의 설명이다.

반면 사후 논술에서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정의할 수 없다.’고 응답하였다. 이들의 논술문에는 물질의 상태는 단일 입자의 속성으로 정의할 수 없으며, 다수 입자의 운동과 상호작용, 에너지 분포가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는 설명이 등장하였다. 이는 단일 입자의 정적인 해석에서 시스템 차원의 동적이고 통계적 해석으로 사고 전환이 일어났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된 연구 대상자 E와 G의 인터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예전에는 하나의 입자는 입자 사이의 거리를 무한대로 생각해서 기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입자 하나만으로는 상태를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증발 현상을 토의할 때 입자들의 평균 에너지 분포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물질의 상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입자들이 전체적으로 어떤 분포를 가지는지를 봐야하고, 많은 수의 입자가 존재해야 해요.” (연구 대상자 E의 인터뷰)

물질의 상태는 많은 입자들이 평균적으로 어떤 에너지 상태에 있는지를 봐야 정해지는 거잖아요. 한 입자만 놓고는 액체인지 기체인지 절대 알 수 없어요. 그리고 물질의 상태 변화가 일어날 때 물질의 성질은 변하지 않아요. 그것은 입자 자체가 변하지 않기 때문인데, 그렇다면 하나의 입자만 있을 때는 상태를 정의할 수 없는거죠.”(연구 대상자 G의 인터뷰)

연구 대상자들은 수업에서 제공된 격자 기반 입자 배열 모델로 엔트로피를 구체적으로 시각화하고, 개념적으로만 알고 있던 볼츠만 분포를 실제 현상에 적용해보면서 물질의 상태라는 개념을 단일 입자의 정적인 해석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확률 분포와 평균 에너지 개념이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깨달았다. 특히 ‘정의할 수 없다.’는 응답은 단순한 회피가 아니라, 단일 입자 수준의 설명의 한계를 인식하고, EPM 관점으로 사고가 전환되었음을 나타내는 증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

EPM 사고를 반영한 수업과 시스템 사고의 관련성

본 연구의 EPM 관점을 반영한 수업 사례는 개별 개념의 이해를 넘어서, 학생들의 설명 구조를 시스템적 관점으로 확장시키는 데 목적을 두었다. 특히 앞서 논의한 무작위 운동·상호작용·정량적 해석이라는 EPM의 핵심 요소들은, 시스템 사고에서 강조하는 상호작용성·전체성·피드백 기반 사고와 밀접하게 대응된다.

예를 들어, Table 4Table 5에서 나타난 응답 변화는 확산이나 상태 변화와 같은 거시적 현상을 단일 인과로 설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입자 간의 반복적 상호작용과 시간에 따른 누적 효과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Richmond(1994)21가 제시한 시스템 사고의 요소인 ‘구성 요소 간의 상호작용 이해’와 연결된다.

또한 Table 6Table 7에서 볼 수 있듯, 많은 학생이 엔트로피나 상태 정의를 단순한 질적 개념이 아닌 정량적 분포 개념으로 전환하여 해석하였다. 특히 ‘하나의 입자만 있을 경우 상태를 정의할 수 없다.’는 응답은, 물질의 상태를 단일 요소 수준이 아닌 시스템 전체의 통계적 특성을 전제로 사고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이는 전체성의 인식이라는 시스템 사고의 핵심 요소와 맞닿아 있다.

이처럼 학생들은 개별 개념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입자의 상호작용 → 에너지 분포 고려 → 거시적 현상 창발이라는 사고 흐름을 형성하였다. 이는 기존의 선형적인과 설명(SPM)에서 벗어나, 복잡계의 거동을 구조적으로 설명하는 시스템 사고의 기반이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성적 증거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본 연구에서 개발한 수업은 EPM 요소를 중심으로 자연 현상을 설명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단순한 개념 교정이 아닌 설명 구조 자체의 전환, 나아가 시스템 사고의 이행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론 및 제언

본 연구에서는 학생들이 자연 현상을 설명할 때 사용하는 사고 구조를 분석하고, EPM과 엔트로피, 볼츠만 분포 개념을 관련지어 이해하여 시스템 사고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수업을 개발하고 투입하여 그 효과를 검증하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단일 변수 중심의 선형적 사고에서 벗어나 다양한 요소 간 상호작용과 비선형적 관계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시스템 사고를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구체적으로 학생들이 개별 입자의 단일 특성이 아닌 전체 입자의 상호작용과 에너지 분포를 고려하여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사고 구조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연구 결과, 수업에 참여하기 전 연구 대상자들은 확산과 물질의 상태를 주로 농도 차이와 인력과 같은 단일 요인에 의한 선형적 인과 관계로 설명하는 SPM 중심의 설명 구조를 보였다. 예를 들어 사전 논술에서는 대부분이 확산을 ‘고농도에서 저농도로 이동하는 현상’으로 정의하거나, ‘끓는점 이하에서는 액체 상태로만 존재한다.’는 설명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수업 참여 이후에는 대부분이 입자의 무작위 운동·상호작용·에너지 분포 및 배열 가능한 미시상태의 수라는 관점에서 현상을 설명하는 EPM 기반 설명으로 전환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통계적으로 유의함이 확인되었으며, 수업 사례가 학생들의 설명 구조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음을 보여준다. 하성자(2004)32는 확산 현상을 분자 운동만으로 설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엔트로피 관점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는데, 본 연구에서 연구 대상자들이 엔트로피 관점을 도입하여 현상을 보다 정합적으로 설명한 사례는 이러한 선행 연구의 주장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연구 대상자들은 격자 기반 입자 배열 모델을 이용하여 엔트로피를 설명하는 활동을 통해, 엔트로피를 단순한 ‘무질서의 정도’가 아닌 배열 가능한 미시 상태의 수(W)로, 볼츠만 분포를 입자들이 다양한 에너지 상태를 점유할 수 있는 확률 분포 개념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연구 대상자들이 자연 현상을 설명할 때 다수 입자의 무작위 운동과 상호작용, 에너지 교환의 반복적 누적 결과로서 현상이 창발적으로 나타난다는 설명을 엔트로피와 볼츠만 분포의 개념을 활용해서 체계적으로 구성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자연 현상을 단편적 지식의 조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 내 요소간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전체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시스템 사고를 형성하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첫째, EPM의 설명 구조를 엔트로피와 볼츠만 분포 개념과 함께 활용하여 정합성 있는 형태로 구체화하고, 수업에 적용하여 효과를 검증하였다는 점에 있다. 이는 단순히 설명 구조를 전환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과학 현상을 해석할 때 필요한 인지적 도구를 제공하는 수업 사례를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둘째, 기존 연구들11-13이 EPM의 개념적 유용성을 주로 이론적 수준에서 논의했던 것에 비해, 본 연구는 EPM의 설명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통계역학 개념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 실제 수업 상황에서 구현 가능함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교육적 실천성을 확보하였다. 셋째, 수업 참여 이후 연구 대상자들이 엔트로피를 무질서도로 해석하는 피상적 이해에서 벗어나, 엔트로피의 본질을 입자 배열의 경우의 수와 연결해 해석할 수 있게 되었음을 확인하였다. 이는 수업을 통해 연구 대상자들이 과학 개념을 단순히 외부 조건의 결과로 받아들이는 수동적 학습에서 벗어나, 과학 현상을 스스로 모델링하고 설명하는 메타모델링 지식의 발달로도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33,34

그러나 본 연구는 수업의 적용 범위와 분석 대상이 한정적이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삼투, 반응 속도, 용액의 총괄성 등 다양한 주제 및 교육대상을 확대하고, 사고 구조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지에 대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특히 Lambert(2002)35는 용액의 총괄성 개념을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엔트로피 개념의 도입이 필요함을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 못하였는데, 본 연구에서 개발한 수업 사례는 이러한 이론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실질적 교육 전략으로서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본 연구는 수업에서 다룬 핵심 개념을 평가 문항에서도 활용하였기 때문에, 수업 효과와 교수 전략의 고유 효과를 완전히 분리하여 해석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EPM 기반 수업의 효과는 학습 내용 자체의 반복 노출이나 강조로 인한 영향이 일부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연구에서는 비교집단 설정·지연 검사 등의 방법을 통해 EPM 교수 전략의 순수 효과를 추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의 결과는 연구 대상자들이 개별 요소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전체 시스템의 관계 속에서 현상을 이해하는 사고의 전환을 경험하였다는 점에서, EPM 기반 수업이 시스템 사고 함양에 효과적인 교수 전략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시도는 학생들이 과학 현상을 보다 깊이 있게 해석하고, 창의적이며 정합성 있는 설명을 구성하는 역량을 기르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향후 과학교육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교육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특히, 21세기 과학교육에서 강조되는 복잡계·시스템 사고, 그리고 창발적 현상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36-38 본 연구에서 개발한 수업은 이를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유용한 교육적 도구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Acknowledgements

Publication cost of this paper was supported by the Korean Chemical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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